그런데도 오늘 밝은 모습으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니 마치 봄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와 같이 설레는 기분이 듭니다.
이 아름다운 5월, 곳곳에는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새싹이 흙 밖으로 돋아나고 꽃들은 아름다운 색채를 뽐내며, 새로운 생명의 숨결이 가득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제주연구원은 27년 전 오늘, 이 축복받은 계절에 작은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날 조심스럽게 디딘 첫 발걸음은 오늘의 제주연구원을 있게 한 원대한 여정의 시작이었습니다.
27년 전 지방자치 부활 후, 제주 발전과 도민 행복에 관한 정책대안들을 만들기 위해 제주발전연구원은 설립되었습니다. 개원 당시 6명의 연구원과 4명의 행정인력, 그리고 도청사거리 제주은행 건물 3층 셋방살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날이 생각납니다. 저는 개원 연구원으로 제주 생활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내 고향 제주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기쁨은 연구원 생활의 동력이었습니다. 근무 여건은 비록 열악했지만, 연구 자체가 기쁨이었고 그러기에 늦은 시간까지 정책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피곤한 줄 몰랐던, 그리고 연구원으로서 자긍심과 열정이 가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27년이 지난 현재의 제주연구원은 인력, 공간, 시설, 예산 규모 등에서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인력은 박사급만 60여 명, 아연로에 반듯한 독립건물, 연간 130건의 연구과제와 50회 이상의 학술 행사를 개최하는, 명실상부한 제주의 ‘싱크탱크’로 성장했습니다. 제주의 미래를 제주인 스스로 설계하는 정책연구 중심체의 임무를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제2차 제주도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연구를 통해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 출범에도 일조했습니다. 제주연구원은 제주의 미래를 밝히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제주연구원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은 역대 원장님들과 퇴임 직원들의 헌신과 희생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바로 여러분들의 열정과 노력이, 그리고 도민들의 무한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분께 감사와 존경심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제주연구원 가족 여러분!
저는 취임 후 두 번째 개원기념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취임하기 전, 외부인으로서 연구원을 바라보며 생각했던 것과 원장이 되어 연구원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괴리가 있어, 저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진리는 ‘제주연구원의 존재 이유는 도민 행복’이라는 명제입니다.
취임사에서도 ‘연구원의 존재 가치는 도민 행복이고, 연구원 그 자체가 도민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경쟁’. ‘성과’. ‘함께’의 3대 경영원리 아래, 제주연구원을 혁신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그간 노력했습니다.
아직도 미흡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도민들은 연구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연구원의 실질 고객인 공무원 또한 우리 연구원을 찾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정 개별 연구원에 대한 좋은 연구평판도 자주 거론됩니다. 이런 평가들은 여기 계신 여러분 모두가 헌신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연구원의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우리는 현재에 만족해서는 안 되며 만족할 수도 없습니다. 오늘의 혁신은 내일이면 구태가 되어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혁신의 일상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주연구원은 도민들의 혈세로 운영되기에 늘 공적인 마음으로 무장되어야 합니다.
정책연구 환경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보편화, AI시대의 도래, Chat GPT의 상용화 등으로, 기존 연구원 혹은 박사들이 독점했던, 최소한의 비교 우위적 정보와 지식의 접근 능력은 이미 상실되었습니다. 정책연구의 주체가 다원화되고 연구시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열정과 시간, 그리고 관심만 있다면 정보와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도민 수준은 높아졌고 공무원들의 역량도 이미 전문가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박사라는 학위만으로 연구 권위를 누리던 시대는 종말을 고했습니다. 지금 제주연구원은 위기 상황이고 새로운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제주연구원은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새로워야 하고, 그 중심에는 품질 높은 연구 결과물이 있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한 제주연구원 가족 여러분 모두는 ‘내가 연구원이고 나의 연구가 도민 행복의 시작’이라는 소명 의식 아래, 제주지역의 혁신에 앞장서야 합니다. 여전히 잘못된 관행이나 행태를 무지성으로 답습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습니다. 위기의식과 자기반성 없이 이를 계속하는 구성원들과는 더 이상 동행할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제주연구원 가족 여러분!
오늘은 우리 연구원이 개원 27주년을 맞이한 날입니다. 인생에 비유한다면, 아이가 성년이 되어 사회적 책임을 지기 시작하고, 자아실현과 개인적 성장이 이루어지며, 자신의 꿈과 목표를 실현해 나가는 시기입니다. 인생의 변곡점에 서 있는 것입니다.
제주연구원 역시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진정 도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연구원이 될 수도 있고, 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연구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의 대답은 명확하고 주어진 책임과 의무는 더욱더 선명합니다.
첫째, 정책연구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미 2024년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미래지향적인 제주의 모습을 설계하고, 제주경제지도를 새롭게 그리며, 환경보전과 기후 변화, 균형 발전과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연구에 중점을 두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분명 어렵고 힘든 과정을 수반할 것이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특히 4대 미래기획 연구과제인‘제주경제 지도를 바꾸다’, ‘제주공동체의 갈등과 화해에 관한 연구’,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 100대 아젠다 선정’,‘제주의 미래를 보다’ 등이 성공적인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노력을 당부드립니다.
그뿐만 아니라 정책 이슈를 창출하고 선도하기 위해서 ‘포커스 앤 퓨처스’등 세미나 개최와 ‘정책 이슈브리프’ 발간 등도 일상화하겠습니다.
둘째, 연구에 새로운 정보통신기술, AI 등을 접목할 방안을 미리 준비하겠습니다.
기존의 연구 방법, 그리고 열정과 의지만으로는 날로 높아가는 도민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분명 10년 후의 연구 방법론과 기법들은 현재와는 너무나 다를 것입니다.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사이버연구원 구축, Chat GPT를 활용한 연구 수행, 연구 품질 제고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 등, ‘미래형 제주연구원’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TASK FORCE를 구성 운영하겠습니다.
셋째, ‘함께’의 가치를 전 연구원에 공유토록 하겠습니다.
부서 내 연구원 간 협력 강화를 위해 기획과제를 이미 설계했고, 개인 성과평가에 부서평가를 합산하는 등 내부 연구원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제주연구원형 행정서비스헌장제’를 도입하여 구성원 간 업무처리의 신뢰와 신속성을 확보하고 도민들로부터 신뢰도를 높일 것입니다.
특히, 제주 발전의 원동력은 인재입니다. 제주지역 내의 지적 집단과의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더욱 단단히 할 뿐 아니라 하와이의 퍼시픽 포럼과의 MOU 체결처럼, 국내·외 전문가 조직과의 협력관계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넷째, 상벌을 명확히 하고 불합리한 규정을 전면 개정하겠습니다.
공이 있는 자에게는 상을, 과가 있는 사람에게는 벌을 주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은 조직 운영의 기본입니다. 특히 친소관계는 배제하고, 기계적인 규정 적용으로 인사관리의 공정성도 확보할 것입니다.
규정, 규칙, 지침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통해 불합리한 내용들은 전면 수정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제반 규정 개혁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다섯째, 연구원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을 강구·제도화하겠습니다.
2023년 하이난 견학, 올해 싱가포르 견학 같은 선진사례 시찰 등의 활동을 정기화하고, 내부 연구포럼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와의 연구포럼 결성·개최 등을 독려하며, 특강 주제와 이에 걸맞은 강사 초청 수요를 파악하여 최신 정보 습득을 위한 맞춤형 특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겠습니다. 또한 연구 역량 프로그램 강좌도 기획·개설하겠습니다.
우리는 함께하는 힘의 크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간다면, 제주연구원은 분명 지금보다 더 큰 성장과 발전을 이룰 것입니다.